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활동후기> 이웃집 사람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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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20.08.04 조회10,521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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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구스님

-. University of the West에서 Doctor of Buddhist Ministry 박사과정.

-. Cedars Sinai Hospital 병원에서 채플린으로 근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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퇴원을 앞둔 환자에게 내가 자주 하는 질문은 퇴원하면 어디로 가냐는 거다. “집으로 가나요? 어디 요양 시설로 가나요? 가족이 기다리고 있나요? 아니면 누가 기다리나요?” 등등. 보통은 다 가족들이 있는데, 가끔은 오늘 만난 환자처럼 혼자인 사람도 있다.

 

환자는 나에게 “당신은 아이가 있나요?”라고 물었다.

“아니요.”

“나도 없는데, 결혼은 했어요?”

“아니요.”

“나도 안 했는데, 그래서 퇴원해서 집에 가면 아무도 없어요.”

“아무도 환자분을 돌볼 사람이 없다고요? 친구도 없나요?”

“친구는 있어요. 그런데 멀리 살고요. 참~ 나는 좋은 이웃분이 계세요. 내가 가면 그 분이 기다릴 거고, 그 분이 날 돌봐 줄 겁니다.”

 

이 말에 순간 좀 놀랐다. 먼 곳의 단장보다 가까운 곳의 쓴장이 낫다는 말처럼, 꿩 대신 닭이라는 말처럼 이 환자는 자신이 퇴원하면 이웃집 사람이 기다린다고 좋아했다. 병실에 나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, 차라리 이 환자는 이웃집 사람이라도 있으니 작년에 만났던 환자보다는 낫다고 느꼈다.

 

작년에 내가 만났던 환자는 병원에 20일째 입원 중이었는데, 그때까지 40파운드(약 18kg)가 빠졌다고 했다. 내가 믿기 어려워 잘 못 들었나 싶기도 해서 다시 물었지만, 20일 동안 40파운드가 진짜 빠졌다고 한다. 그래서 내가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하니까, 병원에서 주는 음식을 도저히 먹을 수가 없고, 먹으면 구토가 심해서 음식 냄새를 맡기도 힘들다고 했다. 나는 혹시 가족이 있냐고 물었더니, 환자는 필리핀 사람이고, 가족들은 다 필리핀에 살고 있고, 자기 혼자만 미국에 산다고 했다. 내가 “퇴원하면 당신은 몸도 약한데 어떻게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겠어요?”라고 물으니, 집에 가면 캔에 든 음식을 먹을 거라고 했는데, 표정의 변화도 없이 말했다.

 

환자의 말에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해주었다. “나는 한국 사람이고, 내 가족들은 모두 한국에 살아요. 내가 6개월 전쯤 허리 디스크 터졌을 때, 나는 혼자 밥을 차려 먹었어요. 내가 많이 아플 때, 밥 차려달라고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.” 그리고 나는 그 환자의 손등을 토닥토닥해주었는데, 그러자 환자는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.

 

퇴원하면 반겨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복인 거 같다. 이웃집 사람이면 어떻고, 친구면 어떤가. 이웃집 사람이 환자를 기다린다는 말에 놀랍다고 느끼다가, 필리핀 환자처럼 아무도 없는 집에서 캔 음식 데워먹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다. 그리고 오늘 만난 환자 덕에, 나는 이웃집 사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. 병원에서 채플린이 되어 환자 돌보는 것 말고도, 내 주위에 혹시 아픈 사람은 없는지 살피며 살아야겠다.

 

“이웃집 사람이 날 기다려요.”

그 환자가 말한 이웃집 사람이 바로 내가 되길… 그렇게 살아가길 다짐해 본다. ^^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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